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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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 아파트 주민총회에 참석하다.
관리자 2020-07-31

얼마 전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대표 및 운영위원을 선출하는 안건으로 주민총회를 개최한다는 공문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공문이지만, 셀프 비전을 수립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보기로 했던 터라 참석해 보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무실이나 회의실 또는 많은 참석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의 워크숍 장소가 아닌 조금은 협소하고 서로가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총회는 진행되었다.

관리소장님의 진행으로 총회가 시작되었고, 처음의 시작 분위기는 좋았으나 서로의 의견을 묻고 안내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분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유는 반복되는 부정적인 표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불편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분위기를 바꾸게 된 계기는 참석자 가운데 연세가 있어 보이는 한 어르신의 제안이었다.

“잘 되기 위한 방법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자.”, “부정적인 표현이 나오면 긍정의 표현으로 바꿔보자.”라는 말씀이셨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총회는 시간 안에 마무리되었고, 불편했던 현장의 분위기도 잘 마무리가 되었다.

긍정적인 언어 표현 하나로 분위기를 바꾼 현장을 일상 생활에서 직접 발견한 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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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진행할 때 퍼실리테이터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참석자들 간의 관계 역학을 미리 파악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리고, 참석자들의 갈등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Plan B를 계획해 놓는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갈등행동을 보이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지 못하면, 너무 늦게 개입하게 되어 워크숍을 잠시 중단해서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는 참석자들의 얼굴 표정이나 바디 랭귀지를 관찰하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부정적으로 변하는가를 면밀하게 경청하면서, 갈등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갈등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는다'가 갈등을 대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자세이겠다. 


내가 참석했던 우리 아파트의 주민총회에 노련한 퍼실리테이터는 없었지만, 다행히 지혜로우신 어르신의 제안으로 큰 갈등 없이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에 주목하고, 폭력적인 '말'을 긍정적인 '말'고 바꾸도록 돕는 사람들이 일터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절실한 시대이다. 



김형표 책임(hp.kim01@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