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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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을 배우는 임원진 이야기
관리자 2020-09-25

COVID-19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디자인씽킹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과 프로토타입 제작 등 그룹작업이 많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온라인 도구들 덕분에 디자인씽킹 교육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비캔버스와 같은 협업도구를 이용해서 소그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몰입도가 높다는 참석자들의 피드백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디자인씽킹의 매력을 충분히 학습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역시, 실제 현업과제를 디자인씽킹으로 해결을 해 보는 액션러닝 방식이다. 특히 3개월 내외의 짧은 기간의 활동 후 최고경영진 앞에서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임원진의 디자인씽킹 액션러닝은, 그 과정에 쏟은 노력만큼 배워가는 것도 클 수밖에 없다. 과제 성과 못지않게 디자인씽킹의 원리와 가치를 임원진들이 충분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액션러닝에서, 임원진들이 무엇을 깨닫고 배웠는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그동안 액션러닝에 참여했던 임원진이 디자인씽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고객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고객여정지도를 작성하는 공감하기 단계이다. 전통적인 B2B 기업인 한 제약사의 ‘환자 경험 개선을 위한 CSR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팀원은 10년 가까이 자신이 영업했던 제품의 실제 환자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고, 그분의 질환 발생부터 진단을 받기까지, 그리고 치료와 관리로 이어지는 일상을 경청하는 긴 인터뷰를 하면서 환우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은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열정을 되찾았다고 회고했다. 

‘밀레니얼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금융사 임원은 신랄한 밀레니얼 고객의 질문과 시큰둥한 인터뷰 대화에 개인적인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업에 대한 위기의식마저 느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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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실제 고객을 만나서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공감하기 단계는 실제 고객들과 멀리 있었던 B2B 기업의 임직원들이나 관리직의 임원들이 현장에서 진실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여운은 액션러닝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오랫동안 남기 마련이다.

디자인씽킹 액션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임원진들이 과제 수행 중에 가장 낯설어 하는 단계이지만, 끝난 뒤 가장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프로토타입 제작하기이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에 형체를 입혀야 하고, 초기 볼품없었던 프로토타입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시연하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발전해가는 것이 디자인씽킹 방식이다. 이는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더 가치 있게 본다’라는 애자일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Excel Spreadsheet나 PPT와 같은 보고서에 담았던 기획안 보고서가 아닌, 고객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에 임원진들이 어색 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6시그마와 같은 문제해결 방식에서는 Data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핵심문제를 확인했으니, 확신을 갖고 실행 아이디어를 파일럿 테스트하여 성과가 있는지 검증을 하면 되었겠다. 그러나, 정성적인 인터뷰와 관찰, 직접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문제를 발견한 디자인씽킹 에서는 실제 고객에게 팀의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검증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검증방식일 수밖에 없다. MIT미디어랩의 “Demo or Die”의 슬로건처럼 창의적인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빠르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단계가 필수적이다. 

임원진들이 타부문의 임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서 과제를 해결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액션러닝 프로그램은 ‘협업(Collaboration)과 경쟁 (Competition)의 화학작용을 코치가 어떻게 더하느냐’에 따라서 또다른 맛을 내기도 한다. 특히 액션러닝 기간 중간에 실시하는 “Internal Demo Day”는 이러한 C&C 자극으로 과제 성과를 높이고, 배움의 깊이도 한 층 더하게 한다. 각 팀이 서로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면서, 다른 팀으로부터 격려와 예리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Internal Demo Day는 고객에게 프로토타입을 시연하기 전에 한 번 더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다른 팀의 솔루션을 보면서 은근한 자극을 받아서 팀을 더욱 단결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고객과의 공감으로 문제의 실체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언어로 해결안을 제안하며, 피드백은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실행을 위한 선물임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씽킹이 더 많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문화가 되길 바라며.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