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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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기업 팀장들의 하소연과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
관리자 2020-10-16

얼마 전 S기업의 전체 팀장들을 대상으로 경영 철학을 내재화하기 위한 팀장들의 구체적인 역할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S기업은 경영 철학을 일하는 방식에 반영해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온/오프 미팅 툴을 제공했고, 이러한 온/오프 미팅 툴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팀장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도출하는 것이 워크숍의 최종 산출물이었다.

워크숍에 참석한 대부분의 팀장들이 서로의 팀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진심으로 서로를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대한민국 내 조직의 모든 팀장들이 그렇듯이 워크숍에 참석한 팀장들 역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이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 팀 내 활발한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회의만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팀장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회의가 아닌 모든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창의적인 회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회의에서든, 일대일 미팅에서든 팀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이 이미 팀장들은 팀원들과 원활한 소통의 중요성도 알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팀원들과의 미팅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대부분 팀장들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지나치게 과묵해서 결국 팀장만 이야기하게 된다는 점을 가장 힘들어했다. 일부 팀장들은 팀원들의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워크숍 중 조별 토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과묵한 성향의 팀원들이 원활한 소통을 어렵게 한 것이 아니라 팀장들이 팀원들을 과묵한 성향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별 토론 과정 중 팀장 한 분이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면서 다른 팀장들의 의견을 이젤패드에 기록을 했는데, 발언 내용을 본인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재해석해서 기록하는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양상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조별 토의에서 팀장들은 과묵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팀장들은 자신의 의견이 타인에 의해 본래의 뜻과 다르게 재단되는 것을 팀장들조차 입을 다문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평소 팀장이 주도하는 팀 미팅에서 팀원들이 과묵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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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팀장은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팀장이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모두가 공감하는 성과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을 이끌어내는 힘이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이다.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팀장은 긍정적인 인간관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필요하다. 팀장은 구성원들의 다양성 인정과 함께 구성원들이 제시한 새롭거나 엉뚱한 아이디어에 대해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팀장은 구성원들의 어떤 의견이라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종대왕이 직언의 대가 고약해와 같은 신하를 옆에 두었던 것처럼 팀장을 비판하는 구성원과 의견조차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감해주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정리하되 팀장이 이해하는 수준이 아닌 구성원이 제시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잘 듣고 기록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 어떤 문제와 관련해서 팀장이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을 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느낀다면, 팀장 스스로 다른 사람이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팀장과의 미팅에서 팀원들이 침묵하지 않고, 수다스러워지기를 원한다면, 팀원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잘 듣고 기록해 주는 것에서부터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을 시작할 것을 권해본다.


홍순표 부사장, 인피플 컨설팅(hongsoonpyo@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