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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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로 회의를 특별하게 만드는 K-water의 손민석 부장님
최고관리자 2021-05-10

“ 부장님, 우리가 구글에 와 있는 것 같아요!” 회의장에 들어서며 팀원이 손민석 부장님이 벽에 붙여 놓은 비주얼 자료를 보면서 탄성을 자아낸다. 

2009년 인피플의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처음 접한 뒤, 업무에 퍼실리테이션을 계속 적용해 오고 있다는 K-Water (한국수자원공사)의 손민석 부장님. 특히 최근에는 비주얼을 이용해서 참석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높이고, “예산관리 혁신 방안”과 같은 딱딱한 주제의 워크숍도 활기찬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도 IT 개발 조직도 아닌 공기업에서 비주얼까지 동원한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기까지, 손민석 부장님의 특별했던 여정을 인터뷰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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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 유역본부 손민석 부장님의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장면]


Q: 비주얼을 이용한 퍼실리티이션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대화할 때 생각을 그림으로 도식화해서 표현하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얘기를 책에서 보았습니다. 인피플의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수업을 통해서도 그 효과를 들었고 실제로 워크숍 현장에 시도를 해봤더니 효과가 있어서 가급적 텍스트보다는 세모, 네모, 마름모, 화살표, 사람 등을 그리며 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참석자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사실 맨 처음은 집에서 아이가 반장 선거 나갈 때였습니다. 아이의 주장을 글로 쓰는 것보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시도했고 성공적이었죠. 다양한 회의에서 그래픽을 활용해 잘 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거기에 책과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강의를 통해 경험을 더하고, 다른 사람의 그림을 베끼며 흉내내다가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서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함에 있어 제일 좋은 방식이 베끼기라 생각합니다.


Q: 원래 그림을 잘 그리셨는지?

어릴 때 경북 경주의 유교전통이 강한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할아버지께 한문을 배우고 서체에 관한 공부는 많이 되어 있었지만 그림은 완전 젬병이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퍼실리테이션을 접하고선, 아이들과 대화 목적으로 김충원 선생님(그래픽 디자이너)의 스케치 기초책을 사서 이면지에 그림연습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퍼실리테이션에 적용하여 비즈니스 관점으로 도식화시켜 보기도 했구요. 결정적으로는 인피플의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과정에 참석하면서 ‘아~통찰이란 단어는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추상적 언어 이미지화 방법)라는 것을 알게 되며 점프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Q: 실력 향상을 위해 어떤 연습을 하셨는지?

주말에 아이들 공부할 땐 옆에서 이면지에 건물이나 나무를 그려 보기도 했구요. 매일아침 출근하면 종이에 해칭을 하는 것을 해왔습니다. [Hatching: 건축 도면에 있어서, 단면인 것을 표시하는 방법의 일종, 가는 선을 균등하게 긋는 것]

캘리그래피에도 관심이 많아서 서체를 그리면서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짬이 나면 얼굴을 그리거나 주변에 있는 화분 같은 사물을 그리면서 실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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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부장님이 회의에서 직접 작성한 비주얼 사례]


Q: 구체적으로 워크숍에선 비주얼을 어떻게 활용하셨는지요?

워크숍 현장에 16절, 8절 사이즈에 그림 그려 붙이기만 해도 신기 해 합니다. 회의장 입구에 사람 캐릭터로 그림 하나 그리고 회의 제목을 달아 뒀더니 거기서부터 사람들이 ‘아 준비가 되어 있구나’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회의장에 들어왔을 때 첫마디가 “부장님, 구글에 온 거 같아요.” 였습니다. 영어로 된 내용들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전 워크숍과는 다른 어프로치를 한 것을 신기해하고 새롭고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Q: 그래픽을 활용했을 때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1. 신기하다

2. 나도 해보고 싶다.

3. 기억에 많이 남는다.

4. 고생하셨겠다.

이 네 가지가 주로 듣는 말이고 고생하셨겠다는 말은 하루아침에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체화 되어 있어야 적시성 있게 나오는 것이니 그런 말씀을 하는 거 같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비주얼 표현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참여자들을 위해서 미리 세심하게 준비한 흔적을 봤을 때, 참석자들은 말을 안 해도 그 정성을 알아 봐주는 것 같아요.


Q: 비주얼 활용이 워크숍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퍼실리테이션에 그래픽을 더하면 기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워크숍에 비해, 몰입도가 높아지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킵니다. 실제로 워크숍 시작 후 20분 정도 지나면 한 두 명이 사람, 건물, 화살표, 네모를 그리면서 조금씩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회의내용을 사람들이 별도로 노트에 적지 않고, 결과물을 사진을 찍어서 가져가서 조직내에 보고를 합니다.

회의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공유하면 귀로 듣고 마는 수준이라고 할 때, 그림으로 표현된 내용은눈으로도 보고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해를 더 깊어 지게 하는 선순환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의에 비주얼을 사용하면, 두 배 정도 효과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Q: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들으셨는데,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요?

교육듣기 직전에 스페인 출장 가서 다국적 엔지니어들이랑 워크숍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목적은 벤치마킹 이었는데, 그때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질문을 하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신기해 했습니다.

토목하는 사람들이라 구조에 강하고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외국 사람 특유의 표현력이 강렬한데, 일본이나 중국 같은 동양계 사람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 당시는 기초적 도형으로 표현한 정도였고 그래픽 교육을 받고 나서 호주 가서 그래픽을 활용해 더 놓은 수준으로 발표도 하고 토의도 한 적 있는데 그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국적 팀과 일할 때에는 특히 더 비주얼이 효과를 발 하는 것 같습니다.


Q: 인피플의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교육에서 특별히 도움이 되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일 유용한 것은 Agenda, Ground Rule, Parking Lot 프레임입니다. 이런 것들이 모듈처럼 되어 있어서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많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이 정도만 해도 사람들에게 유용하겠구나’ 했고 백퍼센트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도구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칼라 마커펜이랑 파스텔 딱 두 가지만 써도 되거든요. 그래픽 활용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도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도구가 좋을수록 더 풍성해지는 것은 맞지만, 모듈형 프레임과 쉽게 가져다 쓰는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Q: 비주얼을 업무에 적용하고 싶으나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을 위한 한 말씀 해주신다면?

비주얼을 사용하는 것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스스로가 가진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저의 그림처럼 화살표, 사람, 나무 등의 아주 단순한 그림만으로도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며 관심을 보입니다. 우주선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글로 쓰던 것을 간단하게 그림으로 그려보자는 거니까요.

출근해서 업무 시작 전 저의 루틴은 매일 10분씩 해칭 하는 것입니다. 가로세로 균등한 선을 이면지에 그립니다. 그러면 마음이 안정되는데 그렇게 선을 연습하며 워밍업을 하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내 생각을 쉽고 간단하게 비주얼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던져 버리시고 해칭하는 것 (선긋기) 5분부터 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두려움 없이 할 수 있고 장담하건대 직장,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진일보 된 본인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보세요.



인터뷰어 : 이은현 수석 컨설턴트, 인피플 컨설팅

인터뷰에 응해주신 수자원공사 낙동강 유역본부 손민석 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뉴스레터에 실린 사진은 손민석 부장님의 허락을 받고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