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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퍼실리테이터를 찾아서] 첫 번째 FT
최고관리자 2022-07-01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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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라는 ‘물’분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입니다. 

전국민의 수학 여행지였던 ‘경주’에서 태어나 유교적 가풍에서 한문을 배워서 지금도 고전과 붓글씨에 약간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성이라면 꼭 가야하는 군대도 ROTC로 임관(중위 제대)한 덕분에 누군가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솔선수범’이라고 늘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지금 하는 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를 고민하며 일했고, 

운 좋게도 부장 직급까지 승진했습니다. 요즘엔 회사 출입문을 열 때마다 대뇌입니다.  “라떼 꼰대 되지 말자!” 

 

퍼실리테이션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2000년대 중반 회사에 ‘혁신’ 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때 회사는 타운홀 방식의 회의 기법을 도입했고 ‘퍼실리테이터’라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을 선발해서 교육을 했는데 그때 이 세계에 발을 처음 디뎠죠. 그때 선생님이 인피플컨설팅 채홍미님이셨어요. 

 

주로 하는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주제로, 어떤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회사 내에서 주로 정보공유형 워크숍, 문제해결형 토론 회의, 직무교육형 워크숍을 주로 수행했습니다. 

경영현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 또는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가 90%, 공공계약 등의 특정 직무교육을 위한 

러닝 퍼실리테이션이나 소그룹 미팅의 ‘오프닝’에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하는 것이 나머지 10% 정도였습니다. 

참석자는 신입사원부터 부서장까지 다양했는데요, 최근에는 TF같은 특정 그룹을 위한 회의나 워크숍의 퍼실리테이션 수요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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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하며 가장 힘든 점은?

목적과 참석자를 고려해서 워크숍을 디자인하는 일이 늘 어렵습니다. 퍼실리테이션 성공은 사전 ‘기획’에 달려있다고 배웠는데 

왜 그런지 워크숍을 할 때마다 깨닫습니다.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최종 결정권자에게 보고 드리면 

“에이~ 이거 교육프로그램 같고 참석자들 힘들게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퍼실리테이션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며 이해를 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시나리오 써서 발표자들끼리 맞추고 

최상석에 앉는 분 위주로 진행해 왔던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선호하며 퍼실리테이션 회의를 기각할 때는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새로움’은 늘 ‘저항’이 따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퍼실리테이션 진행하는 동안에는 ‘시간 관리’가 힘들었어요. 

경험이 쌓이고 노력을 하는데도 항상 시간은 부족하더라구요.  


퍼실리테이션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고심해서 워크숍을 디자인해서 진행하는데,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왕창 쏟아질 때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참석자들이 “와~ 구글에 온 것 같아요~”라며 퍼실리테이션 준비를 칭찬해 줄 때, 워크숍 끝나고 

“부장님이 퍼실리테이션하는 워크숍 꼭 한 번 더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 들을 때면 퍼실리테이터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처음 퍼실리테이션 배울 때 받았던 교재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교재 한켠에 깨알같이 ‘행동요령’을 누적하여 기록하고 있거든요. 

저만의 노하우 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퍼실리테이션 관련 책이 많이 나와서 참고하는 편이구요. 

하지만 사실상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정보는, 채홍미 선생님과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입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비법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 ^^ “준비된 워크숍이란 인상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채홍미 선생님 지시(?)에 충실하려고 텍스트 보다는 

그래픽 요소를 많이 쓰는 데 이게 반응이 좋습니다. 포스터나 그라운드 룰 등 시각적 정보를 고심해서 일일이 제가 그려 붙입니다. 

개인적인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는데요, 진행하면서 핵심 키워드를 특색 있는 글씨체로 선보이면 참석자들이 흥미를 보이며 

몰입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은?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어요. 그리고 팀원들과 짧은 미팅을 할 때도 꼭 ‘오프닝’을 합니다. 

분위기가 한결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모두가 느껴요. 우리 팀 회의를 다른 팀원들이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요즘엔 조금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에 

그래픽 퍼실리테이팅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단어 그래픽으로 표현하거나 시인성 높이기를 위한 방법을 더 찾고 또 손으로 그려봅니다. 

물론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래픽 용품에 욕심이 생겨서 고민입니다. 그래픽 퍼실리테이팅은 ‘장비빨’일까요? ^^ 


퍼실리테이터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은가?

이제 성장은 그만 하려구요. 이만큼 온 것도 감사합니다. 체계와 격식을 중시하는 공기업 문화에서 이정도 퍼실리테이션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활동하면서 많이 성장했거든요. 

퍼실리테이션을 넘어 조직심리학, 멘토링, 바람직한 리더십까지 공부의 폭이 넓어졌고 또 몸으로 익혔습니다. 

앞으로는 ‘러닝퍼실리테이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일방향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방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조직 내 관리자급인 ‘부장’에게는 아직 기회가 오지는 않네요.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퍼실리테이션, 중독성 있습니다.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마라톤 풀코스 35km지점에 이르면 ‘다시는 안 뛴다!’고 속으로 외치지만 

42.195km 골인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라톤 신발을 고쳐 매며 ‘다음 대회 언제지?“하며 혼잣말 하는 것처럼요. 

퍼실리테이션 디자인, 진행은 고도의 집중력과 ‘사람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기에 고달프죠. 다리도 엄청 아파요. 

그런데, 워크숍 끝나고 벽에 가득 붙은 참석자들의 만들어낸 빼어난 성과물을 보면 성취감이 장난 아니거든요. ”더 창의적으로 기획해 봐야지.“ 

다짐하게 됩니다. 그리고 퍼실리테이션은 저의 삶의 태도를 바꿔 놓았습니다. 처음엔 기법으로 접근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사람 마음읽기’로 나아가더군요. 알다시피 세상은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죠. 퍼실리테이션 세계를 접하면 

사람을 더 ‘배려하고’, ‘도와주고’, ‘이끌고’, ‘만족하게 하고’, ‘덜 아쉽도록’ 만드는 것을 ‘내’가 배우게 됩니다. 참 매력 있는 영역입니다.


나에게 퍼실리테이션이란 000이다.

나에게 퍼실리테이션이란 ‘물’이다. 퍼실리테이션은 물처럼 유연하기에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떤 상대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물처럼 겸손하기에 잘난 체하지 않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향해 있고 결국 성과라는 바다로 돌아갑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물처럼 여유롭습니다. 진행에 막힘이 있으면 돌아가는 여유가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물처럼 늘 새롭습니다. 

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릅니다. 퍼실리테이션도 늘 새롭게 구성되고 진행되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