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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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의 언어
관리자 2020-01-17

[비폭력대화 –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말이 공공장소에서 책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남들이 제목을 보게 되면 ‘얼마나 폭력적이기에?’ 라고 오해할까 봐 그렇다는 것이다. 정말 얼마나 평소에 폭력적인 대화를 했으면 읽기를 넘어서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비폭력대화의 핵심은 ‘솔직하게 말하기’와 ‘공감으로 듣기’ 인데, 제목이 주는 이미지에 비하면 오히려 평범하다. 책은 상세한 설명과 적용 사례, 연습문제와 답안까지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이해하고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부제에서 보듯이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가 되기 까지는 상당한 연습과 시간이 걸리는데, 여태까지 사용했던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의 30년째 남들 앞에서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온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나름대로 가다듬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알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프로세스를 세심하게 준비해서, 단 몇 분이라도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퍼실리테이션.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퍼실리테이터의 말에 담겨 있고 말로 표현되는 것의 연속이다. 아무리 프로세스가 잘 준비되어도, 퍼실리테이터의 표현에 따라 교육이나 워크숍은 비생산적인 대화로 채워질 수 있다. 다음에 나오는 비폭력대화의 내용과 퍼실리테이터의 표현을 연결시켜 보자.


[비폭력대화의 내용]
1) ‘사람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행위는 폭력을 부추긴다.’
2) ‘폭력의 뿌리에는 갈등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생각이 있다.’
3) ‘비교는 판단의 한 형태이다.’
4)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억지로 하게 할 수 없다.’


[퍼실리테이터의 생각과 표현의 예]
1) ‘9시 시작이고 지금은 5분전인데 20명 중 온 사람은 5명, 억지로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2) ‘반응이 소극적인 것을 보니까 오늘은 분석적인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역동적이기는 힘들겠군!’
3) ‘3조가 시작부터 늦게 오더니 활동하는 것도 느리고 의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뭐가 문제지?’
4) “자, 19쪽에 있는 연습문제에 답을 하시고요, 짝과 공유해 주세요.”


이렇게 퍼실리테이터로서 자연스럽게 하는 생각과 행동의 뿌리에 비폭력대화를 저해하는 가능성이 있다. 

“비폭력대화는 상대가 스스로 원해서 변화하고 연민으로 반응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비폭력대화의 목적은 솔직함과 공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비폭력대화, 마셜 로젠버그, 148쪽.


퍼실리테이션의 궁극적인 목적도 ‘변화’이다.  그러나, ‘스스로 원해서 변화하는’과 다르게, 문을 들어설 때부터 강요에 의해 참석하는 참여자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어긋남을 최고의 경험으로 변화시키려면 퍼실리테이터가 스스로의 언어와 그 언어의 근간이 되는 생각을 비폭력적으로 다시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다가 구체적인 한 가지가 포착되었다. 퍼실리테이터의 기술 중 하나인 ‘바꾸어 말하기(paraphrasing)’ 이다. 이것을 어떻게 비폭력대화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되새기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상대방의 말을 우리 자신의 말로 바꾸어 확인할 때에는 억양이 아주 중요하다. 자신이 한 말을 도로 듣게 될 때, 사람들은 아주 작은 비평이나 비꼬는 기미에도 민감하다. (중략) 우리가 상대를 이해했다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이해했는지 물어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억양을 통해서 상대에게 전해진다.
한편 상대방의 말을 되풀이해 주는 우리의 의도가 오해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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