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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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 우리의 일하는 방법
관리자 2020-07-03

일을 통해 만났던 CEO중에 특정 방법론을 신봉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그 분야에서 수십년 일하며 사업을 일구신 분들 일수록, 좀 더 쉽게 일하는 단 하나의 방법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야 말로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갈하셨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디자인씽킹이다. 현재 우리 회사가 처한 환경에서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디자인씽킹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라고 확신하시는 CEO도 있다. 급격하게 밀려드는 시장의 변화에 함께 대응하려는 경영진의 절실함이 전해진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유지.관리 하는 한 고객사에서 부서 대표들이 참여하는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의뢰 해 왔다. 전사적인 디자인씽킹 도입을 위한 일종의 킥오프 워크숍으로써, 오피니언 리더들의 공감대 형성과 디자인씽킹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는 시간이었다.


강사를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로 완전무장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체열을 측정하며,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전쟁처럼 진행된 워크숍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이렇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니, 처음엔 답답하고 숨이 차더니, 이젠 어느정도 몸이 적응했는지 하루 정도는 너끈하다. 덕분에 폐활량이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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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남성분이 고객입니다.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실망하고 화가 난 거죠. 오른쪽은 우리 직원입니다.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디자인씽킹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는 세션에서, 한 참석자가 아래의 이미지 카드를 골라서 설명한 내용이다. 고객의 문제에 공감하고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디자인씽킹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CEO의 킥오프 메시지보다 더 명쾌하게 표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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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디자인씽킹 워크숍은 ‘어떻게하면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까?’, ‘사내 지식 공유 생태계 구축’,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 개발’의 3개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번째 과제는 실제 고객을 초대할 수 없는 제약 때문에,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영업직원이 고객이 되었다.

세 팀이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즈음, 아침 킥오프 스피치를 해주셨던 CEO도 강의장에 다시 오셔서 각 팀의 발표를 함께 경청했다. 디자인씽킹을 처음 접한 참석자들과의 회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이야기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공감 인터뷰. ‘구성원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 개발’ 과제팀의 고객 역할을 수행했던 직원은 ‘동료들이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경청해 준 경험이 좋았다. 평소라면 내가 할 이야기를 미리 짐작하고 설득하려 하거나,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로 대화를 이끌어 갔었을 텐데, 있는 그대로를 들어주는 느낌이 신선했다’라고 말했다. 공감하기만 제대로 되어도, 외부 고객이던 내부 고객이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한다는 디자인씽킹의 원리를 스스로 발견한 것 같다.

 두번째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의 매력이다.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개발하는 프로토타입핑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 이상의 마법을 지닌다. 머리속에 있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팀원들이 함께 시각화하면서 대부분의 팀이 아이디어를 더욱 창의적으로 진화 시킨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으로 고객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기존의 기획서와 보고서들이 갖지 못하는 단순함.현장력.스토리텔링의 힘을 갖는다.


디자인씽킹 킥오프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하루 짧은 시간이지만, 가급적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경영현안을 실습주제로 삼기 위해서 고민을 했다.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일하는 방법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피플 팀은 킥오프 워크숍을 준비하고, 실무진들이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이 고객사에 디자인씽킹이 소프트랜딩 하기 위해서 필요한 Intervention들을 고민했다.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이 처방전을 내리기 전 ‘지금 복용하고 계신 약이 있나요?’를 꼭 묻는 것처럼, 디자인씽킹이 조직의 일하는 방법으로 정착되려면, 반드시 조직의 체력과 건강상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다행히 기초체력은 아직 튼튼하기에, 이 고객사에도 디자인씽킹은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