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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레시피로 조직의 면역력 높이자
관리자 2015-06-22

퍼실리테이션 레시피로 조직의 면역력 높이자


메르스(MERS) 때문에 옆사람과 마주보고 이야기하기도 꺼려지는 요즘, 외부 약속이 줄면서 가족과의 식사 시간이 늘어났다. 온 나라가 힘든 시기에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메르스 덕분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더 보내면서 건강하게 이겨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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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재배해서 자급자족(?)하고 있는 필자에게 6월은 넘쳐나는 쌈채소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건강식을 먹는 계절이기도 하다.(남들은 귀하다는 유기농 채소가 매일 식탁에 오르다보니, 우리집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될 지경이다.) 특히 올해는 아내가 사찰음식을 배워온 덕분에 상추, 치커리, 적겨자, 적근대 등의 쌈채소들이 소스 하나로 화려한 메뉴로 거듭나면서 입이 호강을 하고 있다. 간장, 설탕, 레몬즙, 올리브유, 마요네즈로 만드는 이 소스는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인데, 별볼일 없어 보였던 상추까지 이 드레싱을 얹으면 고급 레스토랑의 샐러드로 변신한다. 채소를 다듬고, 소스 재료들을 주방에 펼쳐 놓으며, 샐러드를 담을 예쁜 접시까지 순식간에 준비하는 아내는 진정한 멀티 태스킹의 여왕이다. 그리고 어쩌면 퍼실리테이션 역시 요리사의 마음으로 참석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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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는 어떻게 오프닝을 하고, 어떤 기법으로 아이디어를 이끌어낼까 하는 1차적인 것 외에도 참석자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할지 준비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퍼실리테이터는 참석자들의 몰입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 활동성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 A&M대 건강과학센터에서 미국의 4학년 초등학생 300명을 조사한 결과, 수업시간에 서있는 것이 앉아있을 때보다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평균 12% 더 높았다. 이는 서서하는 활동이 회의나 교육의 단조로움을 없애고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성을 높일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울러 참석자들의 활동성을 보장하고, 자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퍼실리테이션의 맛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호주 멜버른대학이 150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일정 시간 동안 컴퓨터 모니터에 뜨는 글자를 똑같이 따라 쓰게 한 이후 한 그룹은 녹색식물이 뒤덮인 지붕을 40초간 바라보게 했고, 다른 그룹은 콘크리트 한 면을 보게 했다. 이후 컴퓨터 모니터에 뜨는 숫자를 따라쓰게 한 실험을 재개하자, 녹색식물의 지붕을 본 그룹이 실수를 더 적게 하는 등 집중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가 열리는 계절과 시간, 주제, 참석자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특별한 차나 간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을에 열리는 ‘한국형 리더십’을 토의하는 분들과의 워크숍이라면, 은은한 향이 우러나는 국화차를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적인 식품기업 유니레버 푸드솔루션스가 네덜란드 직장인 150명을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단맛의 간식을, 또다른 그룹에는 물 한잔을 마시게 했다. 그 결과 따뜻한 차를 마신 그룹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에 반응하는 속도가 빨랐고, 동기 부여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이와 같은 결과는 의학적으로 테아닌 성분이 신경계 전체를 안정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킴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세심하게 배려한 따뜻한 차 한잔으로도 참석자들에게 환영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모두가 힘든 시절이다. 건강한 식생활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야 하듯이 퍼실리테이션 레시피로 조직의 면역력도 높여보자. 위기란, 위험한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길 빌며,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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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표 부사장, 인피플 컨설팅
(mrhong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