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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의 철학
관리자 2015-08-03

퍼실리테이션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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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지난 5월 11일字 Inpeople Facilitation Letter를 통해 강사로, 퍼실리테이터로, 코치로 프레임웍을 바꿔가며 지내왔던 커리어를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은 프레임웍을 탄탄하게 만드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질문 하나 드리겠다. “프레임웍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여러가지 대답을 하셨을 듯하다.
내가 듣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철학’이다. 갑자기 웬 철학 타령이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철학(哲學, Philosophy)은 정신, mindset, 정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전공을 했던지 박사학위를 Ph.D.라고 하는 것처럼, 철학에서 모든 학문이 갈려졌고, 모든 학문의 종착역은 철학으로 귀결될 만큼 철학이 중요하다.


강의는 강사들의 각자 철학에 근거한다. 강사가 이미 컨텐츠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그 컨텐츠와 가장 잘 맞는 프레임웍을 펼치게 된다. 이것은 러닝 퍼실리테이션에서도 유사하다. 그리고 코칭은 공통의 철학이 있다. 한 사람이(코치가) 다른 한 사람을(고객, 상대방, 코칭 받는 사람) 도와주기 위해 전제가 되는 코치의 마음먹기이다.
그렇다면 퍼실리테이션에는 어떤 철학이 있을까? 어떤 철학을 가지고 퍼실리테이션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다른 영역의 특성부터 알고 퍼실리테이션의 위치를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컨텐츠 면에서 내가 전문가로서 역할을 하느냐, 상대방이 전문가로서 역할을 하느냐 사이의 정도 차이로 인해 다양한 영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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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컨텐츠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때 질문을 하기 보다 답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정도가 크다. 내가 전문가니까 고객이나 상대방은 그 컨텐츠 분야에서 초보자인 상태이다. 초보자에게 질문을 해 봤자 나오는 게 없으니까 답을 주게 된다. 내가 전문가로 활동할 때 나의 철학이면 충분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선정하고 그 내용에 적합한 방법과 매체를 선정하여 내 역량을 발휘하며 전달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수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상대방의 몫이므로 그의 철학은 내가 고려할 범위 밖의 일이다. 내가 완전히 컨텐츠 전문가라면 질문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고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전문가이면서 답을 주지 않아야 하는 입장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탄탄한 공통의 철학에 기반한 개인의 철학, 결과적으로 깊은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이론적인 공부와 수련을 해야 한다.


온전히 고객이(상대방이) 전문가이고 나는 컨텐츠 면에서는 전혀 전문가가 아닌 역할을 해야 하는 퍼실리테이션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까? 가장 겹치는 부분이 많은 코칭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칭 분야가 공통적으로 갖는 철학은 세 가지 정도이다.

1. 모든 사람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2. 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답도 가지고 있다.
3.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동반자(코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철학으로 인해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상대방)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질문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고객이 가진 이슈나 문제에 대해 답을 가진 사람도 고객이므로 밖에서 뭔가를 넣어주기 보다 고객 안에 가지고 있는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질문을 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답을 내기 위해 또 질문하고 듣고, 반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코칭은 그래도 1:1 상황이니까 고객과 코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코치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 코치의 전문 영역과 경륜 또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앞의 그림에서는 Y 축을 사이에 두고 살짝 걸쳐져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에 반해 퍼실리테이션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퍼실리테이터가 컨텐츠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퍼실리테이터가 제공하는 것은 오직 프레임웍 뿐이다. 스킬과 tool과 process 만 가지고 고객이 컨텐츠를 담아서 완성된 해답을 만들어 내도록 도와 주기만 한다. 스킬과 tool과 process를 익히는 일이 쉽지 않지만 배우면 되지만,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터에 따라 무척 다르다. 무엇이든 세월이 내공을 이루는 법인데 근거를 어디에 하고 있느냐에 따라 퍼실리테이션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퍼실리테이션에서 코칭의 철학을 그대로 넘겨 받아도 된다고 가정할 때, 퍼실리테이션의 공통 철학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고객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그룹/팀이다.
2. 조직/그룹/팀이 가진 이슈에 대해서 고객 자체 내에 해답이 있다.
3. 고객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하려면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이 공통 철학에 입각하여 각자 퍼실리테이터의 철학이 펼쳐지되 내용에 대해 거의 관여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이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결실을 맺어가는 사람들에게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점점 어려워진다. 내 것을 주장하고 싶은데 퍼실리테이션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내 것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공이 쌓이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내 것을 주장하며 내공을 쌓는다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퍼실리테이션 분야에서는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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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