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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퍼실리테이션의 매력
관리자 2016-09-07

듀얼 퍼실리테이션의 매력

돌발상황이 난무하는 퍼실리테이션에서도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며 함께 진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퍼실리테이터로서 멘토이자 롤모델인 앤 앱스(Ann Epps, LENS International 대표)와 2016 IAF Asia 컨퍼런스1)의 프리세션에서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다. 처음 앤 앱스로부터 워크숍을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받았을 때, 사실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무엇보다 영어로 진행되는 하루짜리 워크숍이니, 언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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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Facilitation For Innovation였다. 인피플의 파트너사인 LENS International에서 개발하여 IAF에서 세 번째 발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인피플 컨설팅의 프로그램에도 접목하고 있는 친숙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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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듀얼 퍼실리테이션은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참석자 인원과 특징을 고려하여 상세 프로그램을 짜고, 누가 어떤 내용을 담당할 것인지 등을 온라인으로 논의했다. 이후 누가 어떤 준비물을 가지고 올 것인지까지 정하고 나서야 앤과 워크숍을 듀얼로 진행한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멋진 에메랄드 빛 바닷가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지만, 워크숍 준비작업들로 인해 호텔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워크숍 장소의 사전 답사를 시작으로 상세 진행 시나리오 재점검하고, 실습에서 사용할 플립차트를 작성하면서 원거리에서 하지 못했던 준비작업들로 분주하게 하루를 보냈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발조차 담궈보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참석자들이 조금이라도 실제 실습을 하는 것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 모든 활동에 필요한 차트를 일일이 미리 작성하면서 앤 특유의 꼼꼼함과 배려심을 배울 수 있었다.


한편 앤의 꼼꼼함을 넘어 까칠한 성격은 워크숍 당일 날 확인할 수 있었다. 앤과 오랜 친구이며 컨퍼런스 운영자인 한 퍼실리테이터가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해서 참관만 하겠다고 하는데도, 앤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7명씩 5개팀을 위해 남는 의자를 모두 강의장 밖으로 내보내고, 교재도 여유 없이 정확히 35부만 준비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앤의 설명은 더욱 차갑게 들렸다. 미리 신청하고 돈을 지불한 신청자들에게 최고의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앤의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9시 정각, 막상 워크숍이 시작되자 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참석자들을 따뜻하게 환영하며 자상하고 노련한 퍼실리테이터로 변신하였다. 70세를 넘은 노장 앤과 나의 듀얼 퍼실리테이션은 그렇게 하루 종일 이어졌다. 한 파트씩 번갈아가며 워크숍을 진행하다, 때로는 인원을 절반으로 나눠서 강의장 앞뒤에서 동시 진행을 하는 등 워크숍은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듯했다. 영어가 서툰 일부 참석자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하며 새로운 기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것을 어떤 상황에 적용해야 하는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들의 호기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워크숍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시간관리를 위해 일부 활동을 생략하고 변형해가며, 늘 그렇듯이 변화무쌍한, 그래서 더욱 유일무이한 또하나의 워크숍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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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퍼실리테이션은 이번 컨퍼런스의 다른 세션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The Power of incorporating coaching to group facilitation’을 진행한 Deborah와 Jeff는 전문 코치와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다이나믹한 여성과 차분한 남성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세션에 녹여내며 환상적인 듀얼 퍼실리테이션을 보여줬다.
듀얼 퍼실리테이션의 장점은 무엇보다 서로 다른 전문성과 스타일을 한 세션에 녹여냄으로써 참석자들에게 더 풍성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 진행을 하면서 서로 놓친 것을 자연스럽게 보완해 주거나, 규모가 크거나 토의가 찬반으로 나뉘는 등의 상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퍼실리테이터로서는 함께 모든 세션을 기획하고 진행한 과정을 성찰하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 받음으로써 성장을 위한 귀한 기회를 갖게 되는데, 모든 여정을 함께 했기에 서로의 피드백은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듀얼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터간의 신뢰와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진행자와 보조진행자 컨셉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퍼실리테이션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함께 기획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신뢰와 팀웍이 필수이다.
이렇게 함께 듀얼 퍼실리테이션 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을 때, 퍼실리테이터는 더 탄탄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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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2017년 IAF Asia 컨퍼런스 개최국이 한국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2010년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적이 있기 때문에 IAF의 기대도 크다. 2017년 IAF Asia 컨퍼런스는 물론이고,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실력과 열정 넘치는 퍼실리테이터들이 함께 모여 협력하면서 퍼실리테이션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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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