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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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제약사의 특별했던 Kick-off meeting
관리자 2014-01-07
첫 시작은 모든 임직원이 모이는 킥오프 미팅에서 3-4시간 정도 변화관리를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2012년 12월 중순, 고객사의 CEO를 만나 상황을 듣고 내가 했던 답은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는 변화관리 강의가 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였다.

다가올 새해의 경영환경의 어려움과 25%가량의 인원감축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마냥 걱정스럽기만 한 임원진의 절박함은 이해가 되었으나, 외부 전문가가 와서 하는 변화관리 특강의 여운으로 어떻게 거친 한 해를 헤치고 나가겠는가?

우선 워크숍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고 (1일 Full day), 모든 팀을 상대로 Focus Group Interview을 하며 Sensing 작업에 들어갔다. 임원진이 생각하는 직원들의 생각이 아닌, 직원들이 직접 전하는 생각을 확인하는 이 작업은 컨설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즉 신뢰할 수 있고, 편견과 판단 없이 생각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조직 곳곳의 Voice를 경청하는 것 만으로도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한다. 새로운 기대감이 싹 트는 것이다.

Sensing Meeting결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원감축에 대한 충격, 늘어난 일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파악되었다. 한편, 부서와 계층간 상반된 생각도 감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에 역점을 둔 Kick-off meeting이 설계되었다. 첫째, Facing Reality – 이미 일어난 인원감축,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시장상황을 직시한다. 둘째, Team Building – 인원감축에서 훼손된 신뢰 회복을 시작하고, 업무 상 갈등이 상존하는 직원 간 유대감을 강화한다. 셋째, Vision Setting –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특히 세 번째 Vision Setting을 위해서 회사의 2022 비전보다 좀 더 현실성 있는 중기비전과 이를 위해 2013년에 해야 할 일을 제시하도록 임원진에게 사전 과제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워크숍은 임원진과 참석자들이 기대하지도 못했던 수준으로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부서 별 2012 Proud/Sorry 공유를 통해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 있었던 순간을 공유하면서, 각 부서에서 1년을 얼마나 치열하게 지냈는지를 모두가 함께 공감하였고, 인원감축이라는 어려웠던 일도 그 중 하나의 힘든 일로 너무 과하지 않은 highlight를 받으면서 매듭 지어졌다.

임원진은 날을 새며 준비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 2013년 주요 경영계획을 드라마틱하게 제시하였고, 모든 임직원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안을 공유하였다.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해결안 브레인스토밍 결과는 CEO가 타운미팅에서 채택/기각을 즉석에서 의사결정 하면서 빠르게 결론이 내려졌다.

워크숍 자체도 성공적이었지만, 가장 큰 기적은 워크숍 이후 12개월간 이 조직 내부에서 일어났는데 , 외부 퍼실리테이터인 나는 그 소식을 딱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중순에 듣게 되었다.

너무 바빠서 내년 Kick-off meeting을 준비하면서 겨우 연락을 취했다는 담당자에 의하면, 워크숍에서 채택된 제안 중 상당수가 즉시 실행에 옮겨졌는데, 금요일 임직원들이 모여서 같이 점심도시락을 먹는 다거나, 매월 한번의 금요일은 Half Day근무를 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것에서부터, 과감하게 휴가를 늘려서 Work& Life Balance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 등이다.

결론적으로 25% 가량의 인원감축과 늘어난 휴가일수를 감안하면 인적자원은 2012년 대비 30%가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하였고, 임직원 만족도 설문 결과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결과 뒤에는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연초의 Kick-off meeting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잠재력을 믿는 CEO의 리더십이 있었는데, 한 임원은 CEO와의 에피소드로 CEO의 리더쉽을 설명했다.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몇 일 휴가를 쓰겠다는 그에게 사장님이 ‘왜 휴가를 쓰려고 하지?’하고 묻더란다. 아픈데 쉬지도 못하게 하나 싶어서 울컥한 그에게 사장님은 ‘몸이 아프면 병가를 쓸 일이지… 휴가는 당신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 하라고 있는 것이다. 아프면 병가를 쓰고 다 나으면 출근하라’며 덧붙여서 ‘내가 당신을 믿듯, 당신도 리더로서 당신 부하들을 믿는가?’라고 묻더란다.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 열심히 일 해서 이 난관을 극복하자’라며 밤늦게 까지 불을 밝히며 독려하는 여타의 CEO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CEO이다.

새 해에 대한 기대와 막연한 불안감이 공존하는 신년 초, 우리의 Kick-off meeting은 어떠한지 돌아 볼 일이다. 이 귀한 시간을 형식적인 선언과 발표가 이어지는 일회성 행사로 채우는 것은 아닌지…이 사례의 제약사처럼 전 임직원의 자신감을 충전시키고, 긴 한 해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Kick-off meeting을 디자인 해 보길 권한다.

[2014년 1월 6일, 인피플 컨설팅 채홍미 대표, chaehongmi@in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