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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存在感)
관리자 2017-03-21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存在感)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사람의 존재감(存在感)을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하는 말이 옛날부터 있었다니 놀랍다. 존재감이란, 사전적으로 ‘사람, 사물, 느낌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으로써 자신에 대해 혹은 타인에 대해서 그 존재 자체를 느끼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존재감을 ‘무엇을 하기도 전에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신뢰감, 앞으로 진행될 일들에 대한 기대감 등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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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유행처럼 왔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서도 이런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의 창시자인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Greenleaf)는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를 읽으면서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을 떠올렸다고 한다. ‘동방순례’의 주인공 레오는 여행단의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서번트로서 여행단의 일원이 되지만, 여행단이 지치고 힘들어 할 때마다 노래를 불러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등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덕분에 여행길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어느 날 레오가 사라지면서 여행단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여행을 중도 포기하기에 이른다. 서번트 ‘레오’가 없이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화자(話者)는 마침내 레오를 만났고, 그때 비로소 서번트로만 알았던 레오가 실제로는 교단의 우두머리이자, 정신적 지도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로버트 그린리프는 “위대한 지도자는 처음에 서번트처럼 보인다. 이 간단한 사실이 지도자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든다!” 라며 레오는 처음부터 지도자였지만, 기본적으로 서번트였기 때문에 얼핏 보아서는 서번트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통찰했다. 



존재감은 일대일로 만나는 코칭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일대 다수의 강의나 퍼실리테이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은 무엇일까?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에 대해 ‘난 자리는 몰라도 든 자리는 안다’는 속담에 비춰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은 소위 요즘 말하는 미친 존재감과는 다르다. 재미있는 것은 퍼실리테이터의 든 자리는 몰라도 퍼실리테이터의 난 자리를 알게 될 때, 사람들이 퍼실리테이터를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퍼실리테이터의 든 자리는 물론이고, 난 자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는 고객과의 첫 대면에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퍼실리테이터는 고객을 충분히 관찰하고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는 마치 세일즈맨과 같은 존재감을 발휘해서 간접적으로 고객에게 퍼실리테이션의 맛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은 퍼실리테션이 진행되면서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된다.
원래 리더가 서번트가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거꾸로 리더십’처럼 퍼실리테이터는 그룹의 역동성을 이끌어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주도하지만,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의견은 물론이며 지나치게 개입할 수도 없고, 반면 명확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느슨해져서도 안된다. 즉,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상세하게 설계한 프로세스를 거쳐 결과물을 내도록 퍼실리테이터는 보일 듯 말 듯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 본인이 아닌 참가자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끊임 없이 기억해야 하며, 그들이 최대한 잠재력과 역량을 발휘하여 최적의 성과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 회의나 워크숍이 끝났을 때, 고객들은 자신들이 그 일을 해냈다고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무슨 역할을 해주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하고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마쳐야 한다. 퍼실리테이션이 끝나고 실행계획에 대한 참가자들의 강력한 의지만 남도록 하는 것이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이다. 



어쩌면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감은 부재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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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