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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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스트 퍼실리테이션
채홍미 2016-12-28

2016년 베스트 퍼실리테이션


“제가 여러분들을 독촉하고 쥐어짜면, 제가 CEO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에는 매출이던 손익이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회사 CEO로 와서 지난1년간 지켜본 결과, 우리 회사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2020년 지금의 2배로 성장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2배 성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던, 우리는 필요한 투자를 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손익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란 조직의 비전을 위해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이 오늘 워크숍에서 비전달성을 위해서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 제시하시면, 본사를 설득해서라도 꼭 실천해 가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제가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저는 이 회사를 떠나겠습니다. 저는 나중에 80살쯤 되어서 인생을 되돌아볼 때, 후회되지 않는, 제 스스로도 자랑스럽고 신나게 일했던 추억을 갖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상은 해당산업 분야에서 국내 1위의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50년 이상 된 외국계 T사의 비전워크숍에서 CEO의 오프닝 스피치 내용이다.


뜨뜨미지근 했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날의 오프닝 스피치는 내가 그 동안 수행했던 수많은 워크숍을 통틀어 단연 최고였다. ‘비전에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은 떠나라’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공감하지 않으면 CEO인 제가 떠나겠다’니… 게다가 한국인 임원진 30여명 앞에서 외국인 CEO가 직접 한국어로 30분 분량의 스피치를 하는 것이었으니, 그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12월은 퍼실리테이션 회사에게 유난히 바쁜 시즌이다. 내년도 계획을 수립하는 워크숍들과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워크숍, 미뤄두었던 교육을 해를 넘기기 않으려고 급하게 요청하는 강의 등이 한꺼번에 몰려서 일정은 꼬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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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사 역시 그 바쁜 12월을 며칠 앞두고,  ‘그냥 사장님께서 임원들이 모이는 김에 회사 비전 슬로건 좀 만들어 보자고 합니다. 시간은 최대 하루밖에 안됩니다’라고 연락을 해왔기에 긴가민가하며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바쁜 CEO 일정을 헤집고 들어가서 겨우 만든 1시간의 인터뷰에서 실무진이 생각했던 워크숍과 CEO가 기대하시는 워크숍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T사 CEO는 ‘회사 임원들이 산업 전문가지만, 너무 안정 위주여서 직접 비전을 제시하라 하면 지금의 10%-20% 성장 밖에 안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2배 이상은 이 회사가 커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하시며, 이를 임원들과 공감하고 비전실행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씀하셨다. 물론 비전 슬로건도 도출하고.


하루 8시간 워크숍에서 더 얻어낸 시간은 겨우 30분에 불과했다. 직접 Agenda를 세우면서도, Plan B, Plan C, Plan D를 준비하며, 과연 제대로 된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막상 워크숍 당일, CEO의 오프닝 스피치 후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워크숍 프로세스가 너무 매끄럽게 진행되어서, 사업리더들과 중간 숙려미팅을 긴급하게 열어서 정말 이대로 다음 단계로 가도 되는지 재차 확인 할 정도였다. 진심으로 모두 수긍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 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확정한 뒤, 고객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다 함께 이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의 멋진 전사비전 슬로건이 도출되는 활동은 참석자들도 스스로 감탄 할 정도로 물 흐르듯 쉽게 진행되었는데, 덕분에 워크숍은 예정보다 30분 일찍 종료될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을 올해 나의 베스트 퍼실리테이션으로 꼽는 이유는 워크숍이 끝나고 나가면서 한 임원이 내게 했던 말로 대신 설명할 수 있다. “이전 회사에 있을 때에도 비슷한 비전 워크숍에 참여했었거든요. 2박3일이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워크숍은 재미있고, 신기하게도 결과가 잘 도출되네요.”


우리의 일이 무엇인가? 일을 쉽게 하도록 돕는 것 아닌가? 어렵게만 보였던 워크숍을 쉽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던 점에서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사실 이 워크숍 성공의 7할은 CEO의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애정, 멋진 오프닝 스피치 내용, 그리고 이를 정성을 다해 전달하려는 CEO의 진심 어린 마음 덕택이었다. 퍼실리테이터들이 했던 역할은 그 마음과 의지가 잘 전달 되고, 각 사업팀이 논리와 긍정적 시각으로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보도록 프로세스와 툴을 제시하고 독려했던 것뿐이다.
탁월한 CEO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임원진들의 생생한 토론의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은 이 일을 하면서 덤으로 얻는 혜택이다.


이렇게 워크숍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 한 조직의 미래모습이 그려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커지는 드라마도 마무리된다. 요즘 즐겨보는 ‘낭만닥터 김사부’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편집이 불가능하기에 더욱 스릴 넘치는 것이 워크숍 퍼실리테이션이다.


워크숍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제 T사에서는 새로운 대하 드라마가 시작된다. 2020비전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전략과제들을 하나하나 실행 해야 하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T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