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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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과 사람에 대한 이해
관리자 2019-09-05

전세계 인구가 70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16개나 또는 4개, 어떤 때는 3개의 유형으로 나눠서 각 행동경향의 특성에 따라 사람을 맞춤식으로 대한다니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얼추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도와 회의나 배움을 쉽게 하는 퍼실리테이터들은 이러한 유형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직관을 발휘해야 할 때도 많다. 사람을 파악할 때나 상황을 파악할 때 직관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러면 이 두 가지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얼마 전 러닝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면서 유형에 대한 파악과 직관이 발휘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한다. 
금융업계의 부서장 20명이 참가했던 과정의 주제는 ‘코칭’ 이었고 이틀간 진행되었다. 첫날은 A 강사가 코칭의 개념과 스킬 및 행동유형 등 대부분의 이론과 기본 내용의 대부분을 진행하였고, 둘째 날은 두 개로 분반하여 B 강사와 C 강사인 필자가 전날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코칭 대화 모델을 익힌 후 실습을 진행하여 참가자들이 코치로 거듭나는 흐름이었다.


첫 날의 강사로부터 진행상황을 전달 받았고, 어떻게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의논도 하였고, 내용에 대한 준비도 된 상태였다. 물론 강의 이전에 이미 고객사 HR 담당 팀과는 수 차례 미팅을 거쳐서 니즈 분석도 하였고, 인터뷰도 하였고,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도 마쳐서 정석대로 설계를 한 터였다. 다만 의뢰 받은 일정이 촉박하여 설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고, 한 과정에 세 명의 강사가 결부되어 있어서 전체 그림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면은 있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강의와 퍼실리테이션 및 코칭의 경력이 많았던 터라 어떤 상황이 생겨도 너끈히 넘길 수 있는 유연성은 있다고 자부하고 시작하였다.


문제는 참가자들의 ‘코칭’에 대한 인식에 있었다. 둘째 날 만나본 참가자들은 코칭에 대해 이해는커녕 저항감이 있었고, 첫날 이해하고 익혀야 둘째 날의 내용을 얹어서 이어갈 것인데 기초가 흔들리는 인상을 받았다. 더구나 랜덤으로 나눴던 분반이었는데 필자가 맡은 반에는 저항감을 넘어서 거부감까지도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늘 그렇듯 좋을 때는 유형의 특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데 뭔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변수와 이유가 매우 다양하다. 과정이 끝나고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도출되었다.
1) 필자의 반에 유난히 분석적인 유형의 참가자들이 몰려 있었다.
2) 둘째 날 ice-breaking 이 첫째 날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3) 참가자들의 거부로 복습을 생략하고 넘어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4) ‘코칭’에 대해 고객사 HR과 참가자들 간에 온도 차이가 있었다.
5) 사전 자료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설계에 반영, 즉 기획과 운영 간 연계성이 부족했다.


거꾸로 순서대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 하나씩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이 달리하면 좋을 것이다.
1) 꼼꼼하게 미팅과 인터뷰와 사전 설문 조사하여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면 충분히 분석하여 명확하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듈로 구성하고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 또한 미팅한 사람, 인터뷰한 사람, 사전 설문 조사한 사람 등 기획, 설계한 인물과 과정을 실제로 운영, 진행하는 인물들 간에, 또한 진행하는 세 명의 강사들 간에 좀 더 시간을 갖고 한 사람이 진행하듯이 빈틈없이 공유했어야 한다.
2) 고객사 HR 과 미팅을 하고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더라도 당일 해당 참가자들로부터 파악되는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유연하게 진행해야 한다.
3) 필요할 때는 복습을 통하여 흐름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첫째 날과 둘째 날 진행자가 달라진다면 참가자들이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점검하고 확인하여 둘째 날의 내용을 얹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 각 진행자의 개인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첫 시간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모든 활동과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어 참가자들에게 기시감이 없도록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5) 고객사의 특성에 따라 특정 유형의 참가자들이 많을 수 있다. 우선은 고객사의 산업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참가자들의 유형에 따른 특성도 참고해야 한다. 특히 퍼실리테이터와 다른 유형의 참가자 수가 많을 때는 더욱 유의해야 한다. 말 한 마디의 표현과 얼만큼의 시간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참가자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형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사람은 어느 누구도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OO사의 부장들’이라거나 ‘OO형 사람들’로 분류되기 보다는 ‘OOO님’ 식으로 개개인 한 명 한 명으로 불려지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코칭’ 이란 주제는 늘 의미 있다.


아, 한가지 알려드릴 것은 강의 만족도 평가는 평균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중간에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사례를 작성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례에 코칭적 접근을 하기 위한 팁을 제공하는 활동, 즉 미팅 퍼실리테이션의 기법을 가미함으로써 참여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학습을 도와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한 사람을 안다고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알아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싶다. ‘그 사람 성격유형은 OO래’, ‘그 사람 행동유형은 OO형이래’, ‘그 사람은 OO 부서에서 오래 일했으니까 성격이 OO할꺼야’, ‘그 사람은 막내라 OO 이럴 거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사람 유형에 대해 한 가지 도구를 잘 알고 있으면 기본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출발선은 되지 않겠는가. 거기에 현장에서 진행하며 직관을 발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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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haesunchung@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