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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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를 전문가답게 키우는 러닝 퍼실리테이션
관리자 2020-08-14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를 영원히 바꿀 것이다’라는 기사를 통해 30여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제시한 지역사회, 기술, 건강 및 과학, 정부, 라이프 스타일 등 7개 분야에 미치는 변화를 실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 부분은 “전문가들에 대한 믿음 회복(A return to faith in serious experts)”으로 코로나 19는 사람들에게 전문가 의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으며 진지한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해주었다 라는 대목이다. 그 어느 분야보다 의료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전문가다운 판단과 노력을 인정해 주는 것 같다. 

그런 의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 보건대학교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참여형 교육을 위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진행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진행된 이번 과정은 평소와 다른 시사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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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러닝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교육 영역의 퍼실리테이션은 티칭(Teaching)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러닝(Learning) 퍼실리테이션이라고 한다. 즉, 가르치는 일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학습이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러닝 퍼실리테이터는 성인학습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학습자들이 기존 경험과 새로운 내용을 연결하며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개방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동료 학습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동료 학습자들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프로세스와 교수기법을 설계하는 것은 미팅 퍼실리테이션과 유사하다. 

그러나 미팅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들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내용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과 다르게, 러닝 퍼실리테이터는 학습 주제에 대해서 전문적 지식과 스킬을 갖추고 학습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내용 전문가이어야 한다. 그래서 학습자들의 토의 내용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적절한 피드백으로 바로잡아주며, 강의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학습이 일어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업인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얼핏 생각하면 까다로울 것 같지만, 
막상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전략과 구체적인 기법에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에 교육은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찼다. 참여형 교육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법, 학습 컨텐츠 특성에 따른 다양한 참여형 교수법 등을 실습 하면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교육과정을 함께 회고하면서 교수님들께서는 ‘참여형 교육을 위한
 시간, 장비, 장소 등의 여건도 부족했지만, 참여형 교육을 수행할 교수 개인의 역량도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하셨다. 다양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전략을 직접 경험하니, 무엇이 부족했었는지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학생들이 참여형 교육을 귀찮아 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성향의 학습자도 많아서 걱정이다’라는 의견도 나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교수님들께서 담당 강의에 러닝 퍼실리테이션을 접목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힌 점은 고무적이었다.

참여형 교육의 학습전이가 높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교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교육을 위한 훈련과 더불어 실행을 위한 여건 마련, 그리고 학습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특히 최근 대세가 된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참여를 이끌어 내는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기법을 전문 교수진들이 익히는 것은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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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으로 인해 많은 오프라인 교육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인피플에서도 온라인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분임 토의와 실습이 유난히 많은 디자인씽킹 프로그램도 최근 한 고객사에서 100% 온라인으로 운영되었는데, 오프라인 교육 못지않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40-50대 팀장님들로부터 받았다. ‘가르치지 않고 배움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변화하는 학습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던 프로젝트였다. 

코로나가 세계를 얼마나 오랫동안 바꾸어 놓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더 자주 인류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한 상황마다 진정한 전문가들 (Serious Experts)의 헌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인해 사람들 간의 교류마저 제한해야 하는 이 상황으로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지혜 전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조직의 배움과 성장이 퇴보하지 않도록, 퍼실리테이션 영역의 전문가들이 그 어느때보다 더 고민하고 진화해야 하는 중요한 때이다. 


유미애 이사, 인피플컨설팅 (yoomiae@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