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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을 어떻게 하냐가 회의의 미생과 완생을 결정한다
관리자 2015-01-19

오프닝을 어떻게 하냐가 회의의 미생과 완생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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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드라마 미생(未生)은 한국의 직장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한국의 회의 문화를 엿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팀의 리더가 회의를 주도하며,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일방적이라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팀원들은 그저 팀장의 결정에 따르는 수동적인 조직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최근 이 드라마 미생에서, 프로 바둑기사 연습생 출신 신입사원 장그래 씨가 신사업 계획 수립 회의 중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 아이디어를 팀장이 수용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팀원들을 설득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이기에 가능 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에서는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회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 미생(未生)이 아닌 활기차고 생명력 있는 완생(完生)의 회의가 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창의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회의 오프닝'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30분의 짧은 회의라고 해도 반드시 오프닝은 해야 합니다. ‘회의 시간도 촉박한데… 오프닝을 꼭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겠지요.

그러나 머릿속에 하던 업무가 맴돌고 있는 참석자들에게 회의 목적과 아젠다를 명확하게 전달해야만 본 게임 시작이 빨라지고 생기 있는 회의가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죠? 회의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 시작이 바로 '회의 오프닝'입니다. 오프닝을 시작하면 회의의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사람은 ‘엔터’를 누르면 정답을 말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야기할 맛이 나야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고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입 밖으로 뱉어 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이 바로 '회의 오프닝'입니다.
오프닝은 회의의 목적과 세부 안건 및 진행 순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참석자 간에 서먹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 좋습니다. 참석자의 기대사항과 실제 진행계획을 비교해 마음의 준비와 태도를 다잡아 주는 것 그리고 회의나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다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 등도 회의 오프닝에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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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회의라면 오프닝은 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오프닝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바로 아이스브레이킹과 기대사항 청취입니다.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을 3분 이내로 진행하고 미리 준비한 기본규칙들을 제안하고 동의를 얻은 후, 추가 의견을 빨리 받아내면 5분 동안에도 매우 효과적인 오프닝이 가능합니다.
보다 더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회의를 원한다면, 오늘부터 모든 회의에 오프닝을 준비해 시작해 보세요. 한 사무실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친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고 해도 참석자들의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 줄 수 있는 간단한 문장으로 약식 오프닝을 준비해 시작해 보세요. 짧은 5분 이지만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회의에서 오프닝은 도전과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기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d) 교수가 다국적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문화적 차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불확실성 회피’와 ‘권력거리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확실성 회피라는 것은 일정한 체계가 없어 사람들이 명확하지 않거나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노출됐을 때 불안해 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문화권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에 대한 포용력이 낮고, 사회적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이나 행위에 대한 아량도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권력거리지수(PDI)는 특정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PDI가 높다는 것은 상사의 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비판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불확실성 회피 성향과 권력거리가 큰 조직문화의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가 조심스럽고, 상사의 생각과 다른 아이디어를 말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회의를 줄이는 것 등 모양과 형태만 바꿔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회의 오프닝'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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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