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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라!
관리자 2015-03-12

10만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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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에 개봉된 영화 ‘명량’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명량해전이 12척의 전선으로 적 함대 133척을 맞아 대승한 것과 같이 영화 ‘명량’ 역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영화에 맞서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영화 ‘명량’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기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명량’의 배경이 되었던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상상도 해보게 된다. 적어도 당시에 퍼실리테이터가 있었다면 말이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소통의 문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9년 전, 이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진왜란 1년 전에는 일본의 도발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황윤길과 김성일이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서인에 속한 황윤길은 일본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경고한 반면, 동인 김성일은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의 전쟁 발발 가능성과 관련해서 서인과 동인은 서로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을 뿐이다.
결국 서인과 동인의 소통 실패로 조선은 사전에 위기에 대응할 기회를 잃었고, 7년 동안 백성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떨어야만 했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소통의 어려움이 줄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가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우려감을 갖게 된다. 특히 한 나라의 노동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와 삶의 지표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는 노동생산성을 보더라도 그 우려가 적지 않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30.4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46.6을 밑돌고 있다. 한 시간 동안 우리나라 근로자 한 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OECD 회원국 근로자 한 명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6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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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 선조들이 명량해전에서 전선 1척 당 적의 13척 전선과 맞서 싸울 정도의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준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을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게으르거나, 임진왜란 당시 보여주었던 우리 선조들의 엄청난 전투력을 물려받지 못해서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 직장인들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연간 2,163시간 일을 한다. 우리나라직장인들은 미국(1,790시간), 일본(1,745시간), 독일(1,393시간) 등 주요국들에 비해 장시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일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최근 OECD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로서 조사 대상 OECD 18개국 중에서 가장 적게 잔다. 수면 시간이 가장 긴 프랑스(8시간 50분)를 비롯해서 미국(8시간 38분), 스페인(8시간 34분), 뉴질랜드(8시간 32분) 등에 비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략 1시간을 더 적게 자면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잠을 쫓으면서까지 긴 시간을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들 보다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점은 그만큼 효율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회의가 한 몫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업무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고, 회의 결과로 인해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면서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하루에 대략 5,000만건의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중견 간부의 경우 평균 1주일에 17시간(일평균 3시간 40분)을 회의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연간 2,163시간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하루에 10시간 8분(근무일수를 200일로 가정)을 근무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하루 업무 시간 중 1/3 정도를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산술적으로도 회의 시간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 단축과 함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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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가 진행하는 회의는 시간 관리는 물론이며, Group memory 형성과 함께 명확한 결과 도출로 회의 종료 이후 강한 실행력까지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장시간 근로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노동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퍼실리테이션 회의 정도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AF(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acilitators)에서 전문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인증하는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를 취득하고, 동시에 IAF의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퍼실리테이터가 얼마나 되는지를 한 나라의 퍼실리테이션 회의의 정착 정도로 가정하고, 노동생산성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현재 OECD의 IAF CPF 인증자이면서 정회원의 수는 평균 19.3명으로서 대한민국(7명) 보다 약 3배나 많다. 대한민국이 OECD 보다 퍼실리테이션 회의의 정착 정도가 더 낮다는 점이 노동생산성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10만 양병을 주장했던 이율곡 선생과 선견지명을 갖고서 전쟁에 대비해 왔던 이순신 장군이 2014년의 대한민국에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율곡 선생과 이순신 장군은 총칼은 없지만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굳게 하기 위해 10만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주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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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표 부사장,인피플 컨설팅
(mrhong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