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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강의 레시피, ‘컨텐츠와 프레임웍’ 만들기(上)
관리자 2015-04-27

나만의 강의 레시피, ‘컨텐츠와 프레임웍’ 만들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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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틀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컨텐츠와 프레임웍(Contents & Framework)이라고 표현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영어를 한다고 멋있어 보이는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시작해 볼까한다.
교육공학을 전공한 나는 프레임웍으로부터 출발했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를 추구하는 교육공학은 교육 분야에서 비교적 젊은 학문으로서의 컨텐츠를 담고 있지만 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프레임웍의 역할을 하는 분야이다. 공부할 당시만 해도 컨텐츠와 프레임웍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제부터 컨텐츠와 프레임웍을 구별하는 것이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말하려 한다. 더불어 여러분의 커리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나는 학업을 마친 후 서울과 근교에 있는 학교에서 첫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은 풍부했고, 의욕도 넘쳤다. 학생들도 많았고 그들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런데 스스로도 이해가 안될 만큼 강의 준비가 안 된 어처구니 없는 한 학기였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를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틀이 없었다. 물론 학업 내내 공부한 게 틀인데 틀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머리 속에만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나의 컨텐츠를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꼭 맞는 프레임웍을 고민, 설계하지 못 한 것이 전체 강의를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잘한 것이 있다면 강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강의 평가는 지난 20년간 보관하며 때때로 읽어보며 나의 프레임웍을 다지는 자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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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다. 컨텐츠가 아무리 풍부해도 프레임웍이 형편 없으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컨텐츠조차 형편 없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전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받는 사람은 그 의도를 전달 받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타나는 언행과 흐름을 전해 받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업 내내 그 작업을 했는데도 막상 내 강의에 이르러서는 머리 속의 지식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때 다시 알았다. 머리 속의 지식이 가슴으로 내려와 느끼고 손발로 내려와 행동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연습이 필요하지만 인생은 연습할 시간이 없이 늘 실전이라는 것을. 그 때 내 강의를 듣고 혼란을 겪었을 학생들에게 두고두고 미안하다. 그들의 혼란이 그 이후의 학생들에게 그나마 유익이 되었음을 전하며 위로하고 싶다.


이것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내가 아카데믹 커리어를 절실하게 쫓아가지 않은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머리 속의 지식으로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의 한계를 느꼈고, 실생활에서 적용하면서 현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 회사의 요청으로 사내 직원들을 위한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들은 직무 교육을 사내에 전파할 사람들이고, 나는 그들의 컨텐츠를 담을 수 있는 프레임웍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구구절절이 내 경험으로부터 나온 나만의 컨텐츠가 나만의 프레임웍과 완전히 결합되어 강의가 진행되었고, 비로소 강의의 참맛을 보게 되었다. 당시 사내강사 양성과정은 5일간 8시간씩 총 40시간이 진행되었고, 참가자가 8명~12명 정도로 제한되면서 강사로서 단순히 내용 전달보다 상호작용, 실습과 촬영, 피드백 등을 가능하게 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요구되었다. ‘러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전인 1995년의 일이다.


이후 나는 컨텐츠보다 프레임웍만 가지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태적으로는 이후 5년간 전공 영역인 사이버교육 분야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지만, 점점 프레임웍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이후 학교 강의, 기업 교육, 퍼실리테이션, 코칭까지 프레임웍만 해왔다. 이 프레임웍을 내가 가르치는 컨텐츠로 삼았다. 프레임웍은 컨텐츠가 없으면 힘을 못 쓴다는데 비밀이 있다. 힘을 못 쓴다고 표현한 것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위치라는 말이다. 본질적으로 남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하고, 컨텐츠를 가진 인물 이외에도 프로그래머, 삽화가, 웹 디자이너, 시스템 운영자 등 협업할 대상은 매우 많으므로 코디네이터로서의 절충, 융통성, 유연함, 협상력 등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위치이다. 프레임웍에 대한 자신만의 컨텐츠 이외에도 말이다. 국어를 담으면 국어교육, 수학을 담으면 수학교육, 아동학을 담으면 아동교육, 노인학을 담으면 노인교육이 되는 프레임웍은 매력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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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