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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은 강의를 위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관리자 2015-06-08

지루하지 않은 강의를 위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재미있게 강의해 주세요’. 참 많은 강사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말이다. 회사에서 직무 경험이 많아질수록 사내강사로 활동할 기회도 많아지고, 바쁜 시간 쪼개서 강의안을 만들고 강단에 섰는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졸고 있는 교육생들을 보면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정보는 뭐든 검색할 수 있는 이 시대, 강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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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미있는 강의를 하려면, 대상자인 성인 학습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성인 학습자는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교육에 들어오게 된다. 직무에서 직접 경험한 것뿐 아니라 책이나 인터넷, 동료들을 통해서 간접 경험한 것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연결시키면서 학습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먼 미래를 위해 배우는 것 보다 업무나 생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내용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유용한가에 따라서 학습에 동기부여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일이나 삶에 의미가 있고 타당한 것을 참된 지식으로 보고 그러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취하려 하는 것은 성인들의 당연한 특성인데, 강의를 준비하는 강사 입장에 서다 보면, ‘내가 아는 것’을 전달하는 것에 급급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영역의 퍼실리테이션은 티칭(Teaching)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러닝 퍼실리테이션이라고 한다. 즉, 가르치는 일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학습이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러닝 퍼실리테이션은 성인학습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교육 참가자들의 기존 경험을 존중하며 새로운 학습내용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개방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동료 학습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동료학습자들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프로세스와 교수기법을 설계하는 것은 미팅 퍼실리테이션과 유사하다.
그러나 미팅 퍼실리테이터가 참석자들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내용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과 다르게, 러닝 퍼실리테이터인 강사는 내용에 대해서 전문적 지식과 스킬을 갖추고 학습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내용 전문가이어야 한다. 그래서 학습자들이 토론을 통해서 도출된 내용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적절하게 피드백을 해 주며 바로잡아주며, 강의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학습이 일어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러닝 퍼실리테이터는 교육 컨텐츠에 대한 전문성과 학습자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프로세스로 교육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지 고민하고 디자인하며, 강의를 이끄는 쉽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교육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재미있는 강의를 위해서는 강사가 정보를 전달하는 ‘강의’이외 참여형 학습방법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참여형 학습방법들 중 ‘강사가 교육생을 가르친다’라는 패러다임을 깰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강사가 자료를 설명하지 않고, 교육생들에게 2-3명씩 짝을 지어서 자료를 검토한 뒤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한 점을 정리해서 질문하게 하고, 강사가 답을 하는 그룹탐구법이 있다. 강사가 설명을 다 한 다음 ‘질문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침묵이 흐르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질문을 먼저 생각하게 하고 강사가 질문에 답하면서 설명을 하도록 순서를 바꿈으로써, 교육생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교육생들이 ‘내가 못 들었을 수도 있어. 나만 모르는 것 아닌가..’하는 심리적 불편함 없이 질문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강사가 내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다. 혹은, ‘굉장히 좋은 질문인데요.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자료를 찾아보고 추후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학습자에게 솔직한 답변을 줄 수 있는 강사의 능숙한 대응도 가능한 기법이다. ‘질문은 안 받겠습니다’라며 미리 못을 박고, 일방적인 설명만 하다 끝내는 강의보다 훨씬 유익한 강의가 될 것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학습자들에게 상세한 학습내용을 제공하고, 소그룹에서 학습한 뒤, 동료 학습자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퍼즐 학습법도 대표적인 참여형 교수법이다. 남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공부하게 되니, 학습자들의 가장 높은 몰입과 학습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법이다.
오픈북 테스트처럼 학습자들에게 문제지를 주고, 책이나 교재, 인터넷 등의 학습자료를 찾아서 문제를 풀게하는 정보탐색법, 동료 학습자나 직무현장을 관찰하며 학습하도록 하는 교수법 등 강사의 강의가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될 정도로 학습자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기법들이 있다.

‘강의란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라는 오래된 패러다임을 버리고, 상황에 최적인 퍼실리테이션 기법으로 학습자들이 즐기며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러닝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해 보라. 
100% 몰입하는 교육생들을 보면서 강사로써의 진정한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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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