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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세종과학기지 퍼실리테이터 ‘정도영 총무’ 인터뷰
관리자 2015-09-14

남극세종과학기지 퍼실리테이터 ‘정도영 총무’ 인터뷰


지난 2015년 9월5일 MBC 무한도전에서는 배달의 무도 세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박명수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과 영상통화에 성공했다. 특히 세종과학기지 총무 정도영에게 장모가 직접 만든 멸치와 아들 한주가 준 그림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전해 주었다.


오늘 Inpeople Facilitation Letter Interview에서는 화제의 인물 ‘세종과학기지의 퍼실리테이터 정도영님’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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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ilitator Interview에서는 현업에서 활동하고 계신 퍼실리테이터들의 솔직 담백한 목소리를 전파함으로서 조직 내에서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분들께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도영 총무님, 안녕하세요? 인피플 컨설팅 채홍미입니다. 최근 TV 방송을 통해서라도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도영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기지)는 서울에서 17,240km 떨어진 곳입니다.
주변은 바위와 자갈, 지의류(균류와 조류가 공생하는 식물군)뿐이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곳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좋을 경우, 바다 건너 중국, 칠레, 러시아에서 운영하는 기지들이 보이고, 펭귄, 남극물개, 웨델해표, 고래 등 남극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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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현재 겨울이기 때문에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고, 블리자드(눈보라를 동반한 15m/s이상 강풍)가 수시로 찾아옵니다. 6월까지만 해도 하루 중 약 20시간 동안 깜깜한 어둠이 계속되는데, 이제는 일조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 다시 여름이 오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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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온통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는 어떤 분들이 계시나요?
-이곳 기지에는 기지대장을 비롯하여 생물, 해양 등 연구대원과 시설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대원, 그리고 조리, 의료, 통신을 담당하는 대원 등 총 16명의 인원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1년 동안 근무한 후, 다음 차대와 교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총무로서 기지의 연간 운영 계획과 관리를 비롯해서 보급 물품을 관리하고, 대원들 간 화합과 사기 진작, 각종 행사 기획과 진행, 제반 행정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집단에서 총무의 역할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총무로서 많은 역할들을 하고 계시는데, 퍼실리테이션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요??
-이곳 대원들은 각자 분야에서 실력과 역량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고, 연령대도 20~50대로 다양합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특수한 작업들이 많기 때문에 회의를 할 때면 시간이 길어지거나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한두 명의 빅마우스만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회의를 하기 전에 사전 회의를 거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번 퍼실리테이션 회의를 진행할 수 없지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더 나은 방안, 대안이 우선순위로 정리될 수 있도록 회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남극 생활이 길어질수록 대원들의 말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회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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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은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습니까?
-예전 민간 기업에서 근무했을 때 경영혁신 업무 담당으로 연간 사업계획 분야별 전략 목표수립 팀빌딩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남극에 오기 전에는 극지연구소 기획팀에서 근무했는데, 부서별 업무보고, 부서장 회의, 기획위원회, 직원간담회, 부서간 업무협의, 위크샵을 준비하거나 참석했습니다. 경영 전략 워크샵을 준비할 때, 예전의 팀빌딩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팀빌딩과 유사한 무엇인가를 찾아 둘러보다가 퍼실리테이션을 알게 되고, 약 1년간 기회를 엿보다 남극 파견 직전에 겨우 인피플 컨설팅의 퍼실리테이터 양성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남극기지에서 경험했던 퍼실리테이션 사례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올해 2월말 남극 현장 연구를 위해 체류했던 연구진들이 돌아가고 월동연구대만 남게 되었고, 대원들 간 소통, 기지 생활 및 월동근무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남극 기지 사정 상, 전지 대신 화선지를, 보드판 대신 테이블을 세우는 식으로 회의장을 세팅하고, 약 4시간에 걸쳐, 두 세션으로 나눠 ‘2가지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과 ‘주요 현안 도출’로 진행했습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대원간 소통’이었고,. 이를 위해 각 세션의 Opening마다 팀을 재구성, Ice-breaking을 적용했습니다(대원들은 릴레이초상화를 그리면서 즐거워하며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워크샵 종료 후 식사시간까지 초상화에 감상평이 이어졌습니다. 단계마다 알고 있는 기법들을 총동원하면서 목표했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빅마우스에 신경 쓰느라 제안자의 의견, 반대의견을 전체 공유하지 못한 점, 액션플랜을 도출하지 못하고 급히 마무리한 점, 생소한 방식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모색 등은 추후에 보완해야 할 점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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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을 소속 조직의 다른 곳에 접목한다면,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퍼실리테이터로서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참석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진행 과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를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참여하는가 하면, 진행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어색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 등 다양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본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진행 과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를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사전 준비의 부담감을 극복하고, 소규모 회의라도 퍼실리테이션을 부분적으로 적용해 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볼펜 하나, 포스트잇, Dot 스티커 등의 준비물, 진행 절차 및 적용 기법, 예상되는 상황 전개 등 사전 준비가 철저할 수록 진행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전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퍼실리테이션을 적용시킬 만한 기회를 만들기도 어렵고,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준비가 부족하고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퍼실리테이터퍼실리테이션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퍼실리테이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하우나 철학을 이야기하기 보다 그동안 각종 회의 등에 참석하며 느낀 세 가지 정도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회의의 목표와 의사결정 수준이나 절차를 회의 시작 시 명확하게 공지해야 합니다. 이는 회의 참석에 대한 동기를 부여 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방지하기 위한 지름길입니다.

둘째로, 회의 주제나 진행 방식을 최대한 단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싱크로율 100%인 사람은 없고,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도는 천차만별입니다.  문제가 단순하고 그 해결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활발한 의견 교환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빅마우스를 적절히 제어해야 합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이면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상 회의나 워크숍 에서는 많은 참석자들이 과정에 몰입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 결과, 다수가 공감하는 결론에 도달하여 후속조치도 강력하게 추진될 것입니다. 단지 한두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지시를 받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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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