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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못 그린다고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못하랴
관리자 2015-11-23

그림 못 그린다고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못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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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DJ DOC의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 첫 소절이다.
뜬금없이 젓가락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퍼실리테이터들을 만났을 때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한 가지가 ‘그림을 잘 그려야만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을 할 수 있나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말라. DJ DOC이 노래했듯이 젓가락질을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먹고,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은 잘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면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그래픽이라는 단어부터가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의 영역일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필자처럼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의 한 방법인 그래픽 레코딩-사람들이 회의나 워크숍에서 논의 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시각화시켜 기록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야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그림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션을 함에 있어 그래픽을 활용하는 것일 뿐, 퍼실리테이터가 시각적 표현을 모두 전담해야만 하는 것 은 아니다. 즉, 회의나 워크숍 참석자들이 직접 컬러펜을 들고 자신들의 문제 상황이나 아이디어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참여시키는 것을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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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이나 마음의 벽이 있다면 그것을 허물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스 브레이킹이나 워밍업을 통해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 그래픽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선긋기, 기본도 그리기, 화살표, 사람그리기 등의 기본 드로잉 스킬을 함께 그려보면서 워밍업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왼손 릴레이 초상화 그리기를 통해 모두가 핸디캡을 갖고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하는 상황임을 인지시켜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는 아이스 브레이킹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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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사람들 눈 의식말고,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이 하고 싶을 때는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을 해 보자.
‘사람들 눈 의식하지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노래하고 싶을 때는 노래해요♬ DJ DOC의 ‘DOC와 춤을’ 노래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참석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는 'Rich Picture'라는 기법과 기법의 구체적인 진행 절차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다. 'Rich Picture'라는 기법은 주제와 관련된 상황과 의견들을 좀 더 상세히 표현한다는 점에서 주제에 대해 시각적 메타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Grpahic Framework’과 조금 차이가 있다.


‘Rich Picture’란 복잡한 상황을 심볼, 캐릭터, 연결선, 키워드 등을 활용해서 시각화 함으로써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핵심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법이다. Rich Picture를 사용하면 시각화된 그림을 통해 주제와 관련된 구조, 프로세스, 분위기, 사람들, 특히 사람들이 이슈화 하고 있는 부분이나 갈등 상황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Rich Picture를 할 때는 파스텔, 다양한 색상의 마커펜, 큰 종이, 색연필 등이 필요하며, 가급적 큰 종이를 사용하여 참석자 모두가 쉽게 그림을 그릴수 있도록 벽에 붙이거나 큰 테이블 위에 펼쳐둔다. 이후 참석자들이 주제를 확인하고 그와 관련된 사실이나 자신의 생각 등을 최대한 이미지로 표현하도록 한다. 그림들 사이에 보이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면 선으로 이어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되도록 텍스트의 사용을 최소화하지만, 생각이나 설명을 위한 간단한 키워드를 말풍선을 그려 적어넣을 수 있다.
Rich Picture는 어렸을 적 그림일기를 그리던 정도의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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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워크숍에서 핵심문제를 파악해야 할 때 Rich Picture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할 수 있다.
1. 주제를 확인 한다.
2. 다음을 생각하면서 그림으로 표현한다.(그림을 그리면서 팀원들에게 설명한다.)?
- 주제와 관련된 Stakeholders(조직/사람들)은 누구인가?
- Stakeholder들과 관련된 문제, 이슈는 무엇인가??
- Stakeholder들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가??
- 사회, 경제, 제도 등 관련한 환경 요소는 무엇인가??
- 관련한 Fact는 무엇이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3. Rich Picture 결과를 Review하며,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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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Rich Picture의 첫 단계는 주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며 다음은 생각하고 표현해야 할 카테고리를 정해줌으로써 불필요한 내용들을 최소화해서 핵심에 잘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표현된 큰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앞서 간략히 소개한 ‘Rich Picture’ 외에도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시각화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의 기법들은 많다.
그리고 많은 기법들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야만 그래픽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이라고 말하고 싶다.

DJ DOC이 ‘DOC와 춤을’의 마지막에 “다같이 노래해 봐요~♪ 이렇게~♬”라고 부르며 노래를 마쳤듯이 필자는 “다같이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해봐요. 모두가 즐겁게~”라고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레터를 맺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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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현 수석컨설턴트, 인피플 컨설팅
(sfrii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