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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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디에서 에너지와 지혜를 얻나요?
채홍미 2016-08-02

전문 퍼실리테이터로 성장하기까지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두 아이의 엄마인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퍼실리테이션을 직접 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퍼실리테이션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쌍둥이를 임신하여 유산의 위험 때문에 몇 달을 꼼짝없이 누워지낸 덕분이었다. 컨설턴트로서 늘 고객사 프로젝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걷지도, 일어서지도, 앉는 것도 금지 당하고, 심지어 샤워도 일주일에 딱 한번 허락받았던 기간이었다. 심심함을 강요받았던 그 몇 달동안 오랜숙제처럼 마음에 담아두었던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고민했고, 쌍둥이들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쌍둥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많은 것을 포기하고, 욕심껏 일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지만, 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한발한발 전쟁 같은 하루들을 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신 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도 특이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워크숍과 강의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참석자들을 예전보다 더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뭐든지 마음을 먹으면 지금 당장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앞서는 나는 완벽한 Doer인데, 사람간의 관계를 소중하게 챙기는 Feeler와 신중하게 고민한 뒤에야 행동을 취하는 Thinker와는 늘 긴장감을 갖기 마련이었다. 머릿속으로는 각 유형을 이해하더라도, 막상 내가 설계한 워크숍은 너무 많은 Task와 빠듯한 시간계획으로 빡빡하게 운영되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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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뱃속에서 열 달 가까이 함께 있다 나온 쌍둥이들이 한 녀석은 완벽한 Feeler이고, 한 녀석은 완벽한 Thinker인 것이 확실해졌다. 설거지하다 그릇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리면 한 녀석은 달려와서 엄마, 괜찮아?’하고 물으며 내 손을 잡아주는데, 한 녀석은 제 할일 하면서 그러니까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하고 만다. 엄마를 유전적으로 안 닮았어도 커가면서 닮아갈 수도 있겠건만, 두 녀석의 색깔은 갈수록 더 선명해 지기만 한다.

이렇게 집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스러운 두 녀석과 씨름하다, 워크숍에서 Feeler Thinker들을 만나면 이젠 그들이 단순한 Feeler, Thinker가 아닌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들이고 딸이며, 아버지이고, 엄마인, FeelerThinker로 보인다. 2의 석호이고 석현이 인데 어떻게 정이 안가겠는가? 게다가 나와 같은 Doer를 발견했을 때의 동지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결혼 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마가 된 것, 그것도 너무나 다른 두 아이의 엄마인 것이 퍼실리테이터로서는 큰 행운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생활 어디에선가 에너지와 지혜를 얻고, 다른 사람들의 지혜와 에너지를 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일상을 돌아보며 자신을 삶을 차곡차곡 사는 것, 좀 더 성숙한 퍼실리테이터가 되어가는 것과 다름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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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 

 (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