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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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의 씨앗
김소연 2016-08-30

깜깜하기만 한 새벽 5.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택시에 오른다. 사무실로 가는 택시 안에서 빨리 가야 되는데길이 막히지는 않겠지?’, ‘가면 제일 먼저 이것도 챙기고, 저것 챙겨야 하고, 이것도 확인 해야지라는 생각들로 내 머릿속은 여름 한 낮의 에어컨 실외기 날개 만큼이나 휭휭 돌아간다

 

‘37기 퍼실리테이터 양성기본과정공개교육의 첫 날. 그렇게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전날 미리 챙겨두었던 가방과 각종 짐들을 차로 옮겨 싣는데, 그 모습은 흡사 1415일 세계일주를 떠나는 사람들로 착각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천공항이 아닌 테헤란로의 교육장으로 향한다 

교육 시작 시간보다 약 2시간 정도 교육장에 먼저 도착하여 세팅을 시작한다. 벽에는 포스터와 스티키 월을 붙이고, 책상을 가지런히 맞춘 후 그 위에는 마커펜과 포스트 잇을 놓고, 마지막은 센터 피스(테이블 중간에 놓여지는 꽃)로 장식한다.

이제 남은 것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아침식사와 쿠키 등으로 간식 테이블을 채우는 일. 오롯이 과정 운영자의 몫이다.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간식 테이블은 참석자들의 머리를 식혀 줄 바람이요, 에너지원이요, 나름대로 한 몫을 톡톡히 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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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가 하나 둘 채워지고 드디어 교육이 시작된다. 한 시간, 두 시간이 흐르고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의 어색함도 사라질 무렵, 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교육 운영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빼놓고 온 것은 없나, 교육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준비한 식사와 간식은 괜찮은 걸까, 점심 식사 예약은 잘 되어 있겠지그야말로 교육 내내 나 홀로 5분 대기조로 마음을 태운다.

이틀 동안의 긴장 속에 어느 새 교육은 별 탈 없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교육이 진행되었던 이틀 동안의 1 1초 매 순간들을 생생히 묘사하고 싶지만, ‘별 탈 없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로 대신하고자 한다) 정들었던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진 한 컷을 남긴 후 교육은 마무리 된다

고생 많았다는 참석자들의 피드백과 배불리 잘 먹고 간다는 인사말들은 운영진으로서 이틀 간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노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혹자의 명언이 떠오른다.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완성품에는 각자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일하는 최선과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 숱한 연습의 인고가 깃들여 있을 것이다. 인피플 컨설팅의 퍼실리테이터 양성기본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참석자들을 태운 퍼실리테이션 배 한 척이 어떤 돌발 상황을 마주할지 모르는 긴장의 폭풍 속에서도 무사항해 할 수 있는 이유는 늘 철저히 준비하는 강사진과 운영진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 나의 위치에서 당당할 수 있을 만큼, 매일 매일을 준비하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도 퍼실리테이션의 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씨앗이 되어 나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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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피플 컨설팅 김소연 선임컨설턴트

                                                                                                                          (ksy225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