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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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와 퍼실리테이터
홍순표 2016-09-20

9월 22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이다.

이제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길어지면서 완연한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조석(朝夕)으로 심해지는 일교차에 가을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계절별 일교차는 약 3~15℃나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심한 일교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가을을 즐길 것이다. 열대어 어항의 물갈이를 할 때 갑작스러운 수온 1℃의 변화가 물고기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환경 적응력은 매우 경이로운 수준일지 모른다.


인간은 이와 같이 기후와 같은 화학•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해서도 높은 적응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2016년이 1분기도 남지 않으면서 2017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얼마 전에 폐막된 31회 브라질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마라톤 경기를 상기해 보자. 브라질 올림픽 마라톤경기에서 케냐의 킵초게 선수가 우승했다. 케냐는 국토의 내륙 지대가 해발고도 300∼3,900m의 고원 국가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마라톤 대회의 전통 강호국가들은 케냐와 같이 고산지대 국가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1896년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이래 최근 31회 브라질 올림픽까지 28번(1, 2차 세계대전으로 3차례 올림픽 개최되지 못함) 중 고산지대 국가 마라토너들이 11차례나 월계관을 썼다. 이는 역대 올림픽 마라톤 우승국가들 중에서 40%의 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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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98년 미국 아틀란타 올림픽(26회) 부터 총 6차례 치뤄진 올림픽 중에서 28회 그리스 올림픽(이탈리아 우승)을 제외하고 5차례나 고산지대 국가들(케냐, 남아공, 에티오피아, 우간다)이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
이와 같이 해발고도 국가들에 비해 산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고산지대 국가들의 선수들이 올림픽 마라톤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저산소 상태에 대해 혈관의 수와 혈관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체질이 적응한 영향이 크다고 한다.


장기 불황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리도 열악한 환경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체질로 적응한 고산지대 마라토너를 닮을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2017년에도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2% 성장에 그치면서 3년 연속 저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2017년을 계획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확장 보다 기존 사업의 동결 또는 축소 쪽에 무게를 두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기업들의 위축된 경영 계획은 구성원들에게 임금 축소 우려감, 고용 불안감 등을 가지게 함으로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확대 재생산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마라토너의 혈관과 같이 우리 조직도 소통의 채널과 기회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원활한 소통을 통해 회사의 경영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회사의 비전과 전략 수립에 함께 참여할 수 있을 때 비우호적인 대내외 여건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42.195Km를 쉼 없이 달려갈 수 있는 마라토너의 튼튼한 혈관과 같이 우리 조직도 퍼실리테이션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킴으로서 경기 불확실성의 터널을 힘차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하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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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표 부사장, 인피플 컨설팅
(mrhong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