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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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살기
정혜선 2016-10-05

생긴 대로 살기


길을 가다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 가는 것을 봤다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는 안 하더라도 어떤 생각이 들까? 아니면 강아지 한 마리가 깨갱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면 어떨까?

하물며 사람이라면?


축 쳐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들시들 말라가는 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아느냐?

...


집에 있는 화분이 꽃을 피웠는지, 잎이 더 나오는지, 시들어 죽어가는지는 모른다. 길고양이가 어떻다는 둥, 반려견이 어떻다는 둥 잘 모르겠다. 그저 엘리베이터 탔을 때 이웃이 안고 있는 강아지들이 귀엽고 털 손질이 잘 되어 있다는 것, 가끔은 비만으로 보인다는 것쯤은 그냥 눈으로 봐서 안다. 그 이상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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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그렇게 생겼더랬다. 그 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5살 때 남동생이 태어났는데 엄마 침실에 기어올라가던 가파른 계단의 느낌과 그 때 엄마의 표정과 아빠의 말과 행동이 기억난다. 사실 그 때 함께 살던 친할머니, 군에서 휴가 나왔던 삼촌과 종종 놀러 왔던 이모, 또 임시로 함께 살던 큰엄마가 부르던 노래와 모든 장면이 기억난다. 나의 행복감과 당혹감과 기쁨과 슬픔과 의아함까지도. 그 골목에서 놀던 나 자신도.


이제 와서 보니 생긴 대로 산다는 게 뭔가 알겠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재능을 찾아내어 강화하고수없이 듣기도 하고 남에게도 하는 말이다, 강사로서 퍼실리테이터로서 컨설턴트로서 또 코치로서. 그런데 생긴 대로를 어떻게 찾아내는 것인지는 잘 몰랐다. 검증된 Assessment 가 다양하지만 자신이 답을 하거나 남이 답을 하거나 과연 나를 잘 알아내 주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 않는가?



이제 알겠다.

그 때는 모른다는 것을. 지나고 나니까 자연히 알게 된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를.


나의 삶에 소위 데이터가 누적되다 보니까 알겠다.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 때는 잘 몰랐다는 것도.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체성이나 자신의 재능이나가 실제 삶으로 살아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알게 되었을 때는 좀 늦은 듯한 느낌으로 아쉬워하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과 진단으로 빨리 알아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떤 식으로든 내 인생을 내 자신이 충분히 계획하고 조절하고 충분히 그대로 살아내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그 나이가 되어 봐야 알게 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어리석음이다. 조금도 나이에 앞서지 못한다. 그저 겪을 만큼 어리석음을 겪고 남들에게도 그 어리석음을 다 보여야 그 나이만큼의 모습이 되나 보다. 어리석음과 함께 창피함도 나이 드는 과정의 필수 요건인가 보다.



그러니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라도 뭔가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이 재능을 어떻게 살려 쓰나?

큰 재능인지도 모르고 생긴 대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여태 살았는데 좀 더 살려본다면?


그래서 퍼실리테이터가 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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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